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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영무 (2009-07-20 16:32:54, Hit : 8401, Vote : 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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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중도강화론'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대한 오해
        실용주의와 '중도강화론'은 공천한 한나라당 이념에 배치되는 것
              
                                  이대근(李大根)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기사입력 2009/7/20 12:29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정치노선으로 ‘中道강화론’을 내세워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그는 청와대 首席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中道’가 강화돼야 한다. 지금 左다 右다, 진보다 보수다 하는 이념적 구분을 너무 지나치게 하는 것 아니냐 …” 그가 말한 ‘中道’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문맥으로 보아 이념적으로 양 극단에 있지 않는 중간지대 사람(세력)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가 싶고, 아울러 그는 이념적으로 양 극단의 사람은 가능한 정치에서 배격하고, 이들 中道세력을 강화하여 자신의 정치기반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한국에서 과연 이념의 시대 지나갔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이미 이와 유사한 발언으로 세상을 한번 시끄럽게 한 바가 있다. 당시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理念의 時代는 지나갔으므로 자기는 앞으로 “實用主義” 노선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말이다. 그의 발언을 풀어보면, 理念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없는데 이념에 따른 정치를 할 필요가 있는가? 한국은 지금 이념의 시대가 이미 지나간 것도 모르고 아직도 낡은 이념분쟁에 빠져있다고 보고, 자기는 이로부터 벗어나 ‘實用主義’로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實用主義와 中道論! 이명박 대통령은 이 두 가지를 묶어 “中道實用主義”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마치 그것으로 통치이념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얼핏 보기에 매우 그를듯하게 들릴뿐더러, 또한 오늘의 한국사회 '時代精神'(zeitgeist)에 부합하는 개념 같기도 하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어다 보면 이는 많은 矛盾과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정치에서 과연 理念의 문제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 제기된다. 이념 없는 정치는 마치 나침반 없는 항해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리고 민주주의에서의 정당정치란 바로 이념을 달리하는 정당간의 정치싸움에 다름 아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념적으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지대 사람들 ― 보통 ‘灰色分子’라고 부르는 ― 그런 사람을 많이 양성하여 그들을 지지기반으로 정치를 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또한 이념 대신에 實用을 추구한다지만, 그 두 가지가 어디 兩者擇一의 선택 문제인가. 이념정치 하에서도 얼마든지 실용을 추구할 수 있고 또 세상에 실용을 추구하지 않는 정치가 어디 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이처럼 이념을 배제하고 중도실용주의를 내걸게 된 데에는 필경 무슨 이유와 곡절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우선 그의 언행으로 미루어보아 李대통령의 이념적 좌표가 어느 한 쪽 이념에 확실히 자리매김하기가 곤란한 입장이 아닌가 하는 점을 들 수 있고, 또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에게 표를 던진 사람(약 1,150만 명)의 대부분이 이념적으로 이쪽저쪽도 아닌 중간지대에 있는 이들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의 개인적 커리어에 비추어 지난날 민간기업 CEO 시절, 돈벌이는 ‘理念보다는 實用’이라는 자신의 경험철학에서 나오는 소산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정치에서 이념은 얼마나 중차대한 문제인가, 인식부족에서 비릇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이념을 버리고 중도실용주의로 나가게 된 데에 대한 객관적 설명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분명히 그가 한국정치와 사회 현실에 대해 뭔가 중대한 오해를 하고, 또 정치에서의 이념 문제가 얼마나 중차대한 것인가에 대한 인식부족 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무엇을 착각 또는 오해하고 있는가?

첫째로 그가 理念의 시대가 갔다고 할 때, 세계사적으로 그것이 1989년 東歐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東西 冷戰體制가 허물어진 것만이 아니라 이곳 韓半島에서까지 정치적으로 理念의 문제가 사라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곳 한반도는 아직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체제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살아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임에도, 李明博 대통령은 무슨 근거로 그것을 부정하고 있으니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이념적 혼란은 바로 이 점에 대한 그의 인식 착오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實用主義 노선과 관련해서이다. 實用主義라면 보통 미국 존 두이 류의 ‘프래그머티즘’(pragmatism)이나, 朝鮮 중엽의 ‘實事求是’, ‘利用厚生’ 등을 기치로 내건 ‘實學’ 사상을 연상케 한다. 그것은 지나친 觀念論이나 空理空論에 빠진 한국적 性理學 전통에 반대하고 나선 일종의 사상적 흐름이었다. 따라서 實用主義라면 어디까지나 일종의 人文學的/哲學的 개념인 것이지, 어떤 特定의 정치이념을 나타내는 정치학적 개념으로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實用을 추구하지 않고 空理空論이나 따지고 있는 정치가 어디 있겠는가. 李대통령의 또 하나의 錯誤가 여기에 있다. 마치 實用主義 정치가 자기만의 고유한 전매특허인양 알고 있으니 말이다.  

셋째로 이상과 같은 논리로 ‘中道’란 개념에 대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중대한 오해를 하고 있다. 이 中道란 용어도 처음부터 정치적 개념이라고 할 수 없다. 언론에서 더러 ‘中道 右派’니 ‘中道 左派’니 하는 말이 있지만, 그것은 ‘온건 우파’ 또는 ‘온건 좌파’란 표현으로 해야 한다. ‘中道’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公明한 길, 곧 ‘正道’의 뜻이지만, 주로 그것은 종교적, 도덕적 용어로 많이 쓰이고 있다. 불교에서는 有와 空 사이의 가운데 길의 의미로, 유교애서는 도덕적으로 過不及이 없는 불편부당(不偏不黨)의 ‘中庸’과 유사한 의미로 쓰이고 있음이 그것이다.

보수도 혁신도 아닌 이념없는 사람들(세력)을 기회주의라 불러야

예컨대 左도 右도 아닌, 保守도 革新도 아닌, 곧 자기 나름의 理念이 없는 그런 사람(세력)을 사람들은 中道(派)라 부르지 않고, 기회주의자 또는 나쁜 의미로 灰色分子라고 칭한다. 그들은 어느 쪽에서도 기피 내지 排斥의 대상으로 되고 결국 정치적으로 설 땅이 없게 된다. 李明博 대통령은 이런 고약한 기회주의자들을 中道라는 이름으로 美化하여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겠다니, 이것이야말로 정말 중대한 錯覺에 빠진 결과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다간 李정권 스스로 左, 右 양측으로부터 동시에 버림 받는 불행한 운명에 처할지도 모를 일이다.

넷째로 사회가 건강해지고 정치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이 ‘中道’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논리도 결코 옳지 않다. 한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등이 안정되고 또 民主主義가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中産層(계급) 내지 中間層이 수적으로 확대, 강화되어야 한다는 理論은 교과서에 있어도, 이념적으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中道(세력)가 강화돼야 한다는 얘기는 들은 바가 없다. 말하자면 李대통령이 강화해야 한다고 力說하는 그 中道가 혹시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이 中産層/중간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이 점에서 李대통령은 오로지 錯誤 없기를 바랄 뿐이다.  

다섯째로 李明博 대통령은 이 中道(세력)가 우선 數的으로 대단히 큰 비중인 것으로 알고, 또 지난 2007년 大選에서도 자기가 얻은 1,150萬票의 대부분이 이 中道층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保守/右派 쪽의 이념적 성격의 得票數는 생각만큼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따라서 그들의 자신에 대한 정치적 요구도 들어줘야 할 의무도 없는 것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만의 하나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중대한 오해의 산물이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되었더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엄연히 保守/우파의 대표적 정당인 ‘한나라당’의 公薦을 받아 당선된 사람이다. 保守/우파 정당의 후보로 당선된 사람이 保守/우파의 지지가 아닌 中道층의 지지로 당선된 것처럼 믿고 행동한다는 것은 정말 곤란한 일이다. 우리는 당시 이명박이 아닌 다른 사람 ― 예컨대 박근혜(朴槿惠) ― 이 하나라당 후보로 나왔더라고 충분히 당선되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으로 또 한 가지 이명박 대통령의 착각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政權 초기 그는 理念의 시대는 이미 물건너갔다는 선언과 함께 실용주의를 채용하고, 그 후 광우병파동과 노무현 자살소동을 겪고 난 다음에는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너무 극한대립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中道(强化)論을 내걸었다. 이처럼 이 두 가지 명제는 기실 상반된 현실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한국내 이념갈등은 남북간 이념대립 갈등구조가 근원

즉 이념의 시대가 지나갔다는 전제에서의 實用主義와 또 극한의 이념적 대립을 전제로 한 '중도강화론'은 결코 한 탯줄에 낄 수 없는 것임에도, 이명박 정부는 이를 ‘中道實用主義’란 이름으로 한데 묶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는 한국사회가 처한 이념문제에 대한 통일된 인식의 결여를 말해주는 뚜렷한 반증이라 할 수 있고, 이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날 南.北간의 극한적 대치상황에 대해서는 물론, 한국내의 심각한 이념적 대립.갈등구조에 대해서도 뭔가 중대한 오해를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중고강화론'은 허구며 해바라기성 기회주의에 다름 아니다

결론적으로 한마디. 정치에서의 ‘中道강화’란 한낱 허구에 불과하다. 左가 세면 左에 붙고 右가 세면 右에 붙는 철저한 해바라기性 기회주의에 다름 아니다. 앞으로 한국정치는 현행헌법 질서하의 의회민주주의 세력과 그것을 폭력으로 뒤엎으려는 ‘廣場(거리)민주주의’ 세력 간에 계속 치열한 쟁투(爭鬪)가 벌어질 터인데, 여기에 중도를 내세우는 이명박 정권이 이 싸움을 과연 어떤 식으로 뜯어말릴 것인가?

허울 좋은 중도를 내걸고 수수방관(袖手傍觀)만 하고 있다면, 국회는 지금처럼 계속 난장판을 벌리고 아무 일도 못하는 ‘식물국회’(?)로 전락할 것이고, 거기다가 틈만 생기면 제2의 촛불난동이다 제2의 자살소동이다 하고 큼직큼직한 정치적 사건사고가 계속 터질 것이다.  그런 가운데 국법질서도 공권력도 나아가 서민의 민생문제도 가일층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탈이념(脫理念)의 中道實用主義 정치철학이 앞으로 마(魔)의 심판대에 오르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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